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원을 이루는 작품으로, 철학의 사명과 진정한 앎의 본질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재판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단순한 법정 변론을 넘어 인간 존재와 지혜, 정의, 도덕적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고백은 겸허한 사유의 출발점이자, 철학의 핵심 태도를 상징한다. 본 리뷰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핵심 내용과 철학적 의미, 그리고 현대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철학의 출발점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법정 변론으로,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기록을 넘어, 철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이다. 기원전 399년, 아테네의 법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를 타락시키고 국가의 신을 부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당당하고 논리적인 변론을 담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철학자의 역할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무지를 자각하게 하고 올바른 삶을 향한 성찰을 유도하는 데 있다.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호소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탐구가 신의 명령이었음을 밝히고, 진리와 정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한다. 이는 단순한 변론을 넘어 삶 전체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하는 철학적 자세로 이해된다. 특히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발언은 무지를 자각하고 앎에 이르려는 자세를 상징하며,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단순한 사법적 판단이 아닌, 공동체와 지성, 윤리 사이의 갈등을 상징한다. 그의 죽음은 철학이 단순한 이론이나 지식의 축적이 아닌, 살아있는 실천적 활동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단순히 고대 그리스의 한 장면을 넘어서, 진정한 앎과 삶의 방향을 묻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지의 자각, 앎의 시작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무지의 자각'에서 출발한다. 그는 델포이 신탁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듣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정치가, 시인, 장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그들이 자신이 아는 것을 모른 채 아는 척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점에서, 자신이 더 지혜롭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목은 오늘날 지식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교훈을 준다. 우리는 인터넷과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지만, 과연 진정한 앎에 도달하고 있는가? 또한 그는 철학자의 임무를 '영혼을 돌보는 일'로 보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삶이 진정 정의롭고 의미 있는지를 묻는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은 추상적 사유의 활동이 아니라, 실천적 윤리의 문제다. 그의 질문법은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산파술(maieutics)'로서의 철학을 구현한다. 이는 교육과 소통의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가 끝까지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리'와 '정의'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형이라는 판결 앞에서도 삶을 구걸하지 않고, 오히려 법정과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며 자신만의 철학적 신념을 지킨다. 이 장면은 오늘날에도 윤리적 결단과 소신의 중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가? 소크라테스의 삶은 우리에게 그 물음을 던진다.
철학은 삶이다 – 오늘날의 소크라테스에게 배우는 것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철학이 단지 고전 속의 학문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기술임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는 기술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위기와 가치의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이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과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은 시대를 초월한 지침이 된다.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아는가보다, 왜 알고자 하는가를 묻는다. 철학이란, 끊임없이 삶을 성찰하고, 올바름을 추구하며, 자신과 타인,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고민하는 일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그러한 철학적 태도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처럼 그의 생애는 단순한 고대의 한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철학하는 인간'의 표상이다. 이 책은 학생, 직장인, 지식인, 일반 독자를 불문하고 모두가 읽어야 할 고전이다. 단순히 그의 말이나 주장에 감탄하기보다는, 우리가 실제로 그의 질문에 대답해보려는 노력이 동반될 때, 이 책은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결국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철학이 머리가 아닌 삶으로 살아내는 지혜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귀중한 책이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소크라테스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도 또 다른 철학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