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문열 작가의 중편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50년대 말, 한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반장 엄석대와 그에게 굴종하거나 혹은 무력하게 저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집단 심리, 그리고 정의와 양심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입니다. 서울에서 전학 온 한병태는 석대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방관과 아이들의 맹목적인 복종 속에서 결국 좌절하고 석대의 질서에 편입되고 맙니다. 하지만 새로운 담임 선생님의 등장으로 석대의 왕국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아이들은 과거의 잘못을 외면한 채 새로운 권력에 순응합니다. 이 소설은 작은 교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개인의 양심과 용기가 부재할 때 집단이 어떻게 타락하고 불의에 동조하게 되는지를 냉철하게 고발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 권력의 속성과 그 메커니즘,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가져야 할 비판적 의식과 책임감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작입니다. 석대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일그러진 영웅'의 그림자는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경각심과 함께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우리 안의 비겁함과 침묵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하는,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5학년 2반의 작은 왕국, 엄석대의 그림자
이문열(1948-)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작품들은 종종 역사와 개인의 관계, 이념과 사상의 갈등, 그리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뇌를 깊이 있는 서사와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며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과 함께 문학적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1987년에 발표된 중편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와 집단 심리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문제작으로, 출간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권력의 형성과 유지, 그리고 붕괴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 전체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한 강력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이야기는 1950년대 말, 자유당 정권 말기의 한 시골 초등학교 5학년 2반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좌천되면서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 주인공 한병태는 새로운 학교와 교실 분위기에 적응하려 하지만, 그곳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기묘한 질서와 마주하게 됩니다. 5학년 2반은 담임 선생님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절대적인 권력자, 반장 엄석대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는 작은 왕국과도 같았습니다. 석대는 뛰어난 성적과 카리스마, 그리고 교묘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다른 아이들은 그의 말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혹은 그의 폭력적인 힘 앞에서 침묵하며 순응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육받았던 병태는 석대의 이러한 독재적인 권력과 아이들의 비굴한 복종에 강한 반감을 느끼고, 처음에는 그에게 저항하려 합니다. 그는 석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고, 그의 시험 부정행위를 고발하려 하며, 다른 아이들을 설득하여 함께 맞서 싸우려 합니다. 하지만 병태의 용기 있는 저항은 번번이 좌절되고 맙니다. 담임 선생님은 석대의 비행을 알면서도 학급 운영의 편의를 위해 그를 비호하고, 다른 아이들은 석대의 보복이 두려워 병태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그를 배신하기까지 합니다. 병태는 점차 고립되고, 그의 저항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으로 치부되며, 결국 그 역시 석대의 거대한 힘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굴복하게 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려 했던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권력이 어떻게 개인을 억압하고 집단을 통제하며, 그 속에서 정의와 양심이 어떻게 왜곡되고 마비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석대의 교실은 단순히 한 초등학교의 학급이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 전체에 만연했던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문화, 그리고 부조리한 권력에 묵하고 순응했던 대중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서론에서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공간, 주인공 한병태의 등장과 그가 마주하게 된 엄석대의 절대 권력, 그리고 그에 대한 병태의 초기 저항과 좌절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이 숨 막히는 권력 투쟁의 드라마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 작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권력의 달콤함, 침묵의 무게, 그리고 변절의 그늘
엄석대의 절대 권력에 맞서던 한병태는 결국 고립과 좌절 속에서 그의 질서에 편입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는 더 이상 석대에게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특권에 동참함으로써 이전에는 누리지 못했던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게 됩니다. 석대는 병태를 자신의 측근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작은 권력을 나누어주며, 병태는 이러한 '권력의 달콤함'에 점차 익숙해지고 과거의 저항 의지를 상실해 갑니다. 그의 변절은 개인의 나약함과 현실과의 타협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조리한 권력 구조가 어떻게 개인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시스템의 일부로 동화시키는지를 예리하게 드러냅니다. 병태는 석대의 폭력과 부정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동조함으로써, 그 자신도 '일그러진 영웅'의 공범자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석대의 왕국은 견고해 보였지만, 그것은 폭력과 기만, 그리고 아이들의 맹목적인 복종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에 불과했습니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석대의 절대 권력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젊고 이상주의적인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석대의 비행과 교실의 부조리한 질서를 간파하고, 아이들에게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를 가르치려 합니다. 그는 석대의 시험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그를 공개적으로 처벌하며, 아이들에게 석대의 권력에 맹목적으로 복종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석대는 새로운 권위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고, 그를 따르던 아이들 역시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그를 비난하고 과거의 잘못을 그에게 떠넘깁니다.
석대의 몰락 과정은 권력의 허망함과 집단 심리의 비정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한때 절대적인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석대는 새로운 권력 앞에서는 초라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하며, 그를 따랐던 아이들은 어제의 충성을 손바닥 뒤집듯 배신하고 새로운 권력에 순응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은 권력의 향방에 따라 쉽게 변절하는 대중의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풍자하는 동시에, 진정한 반성과 성찰 없는 변화가 얼마나 피상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병태 역시 석대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복잡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는 한때 자신이 저항했던 대상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 역시 그 권력에 굴복하고 동조했던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문열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단순히 과거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그 속에서 반복되는 '일그러진 영웅'의 탄생과 몰락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그는 개인의 양심과 용기가 부재할 때, 그리고 다수가 침묵하고 동조할 때, 집단이 얼마나 쉽게 불의에 굴복하고 타락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비판적인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역설합니다. 본론에서는 이처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펼쳐지는 한병태의 변절 과정과 엄석대 왕국의 붕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속성과 집단 심리의 역학을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이 작은 교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강력한 우화이자, 우리 안의 비겁함과 침묵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일그러진 영웅은 사라졌는가, 끝나지 않은 질문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엄석대의 몰락과 새로운 담임 선생님에 의한 교실의 '민주화' 이후,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한병태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는 석대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일그러진 영웅'들의 모습을 목격하며, 과거의 경험이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석대는 사라졌지만, 그를 만들었던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맹목적인 복종의 심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열린 결말은 독자들에게 과거의 교훈을 잊지 말고 끊임없이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도록 요구합니다.
이 작품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인 단면과 집단 심리의 문제를 매우 설득력 있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그려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문열 작가는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 전체의 축소판을 보여주며, 권력의 형성과 유지, 그리고 붕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으며,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한병태라는 관찰자의 시점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건에 몰입하고, 그의 내면적 갈등과 성찰 과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엄석대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불의한 권력 앞에서 한병태처럼 저항하다 좌절하고 순응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양심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이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독재 시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가져야 할 비판적 의식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정한 영웅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결론적으로,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권력의 본질과 집단 심리, 그리고 정의와 양심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엄석대와 한병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 읽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독자들의 마음속에 남아,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일그러진 영웅'의 그림자를 경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촉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도, 우리 안의 비겁함과 침묵의 무게를 깨닫고, 더 용기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작은 다짐을 하게 될 것입니다.